삶이 데려다준 길 위에서

지은이 김기주 쪽수 278쪽
초판 2019-04-01 ISBN 979-11-6054-266-0
판형 135*195mm 기타
  • 먼 길을 걸어왔습니다. 지난 걸음걸음이 아우성치며 나를 휘감는 듯합니다. 지금까지 걸었던 길 가운데 마음에 오래 남는 길들을 골라 책에 싣게 되었습니다.
    중학생 시절 교내 백일장에 나간 것이 계기가 되어 틈틈이 글을 썼습니다. 매일신문과 경북대 학보에 글이 실렸고, 경북대 의대 문학동아리 ‘병동’에서는 회장을 맡았습니다. 문단에 관심을 가지고 기웃기웃했으나 친구와 토론한 끝에 문학의 길은 깨끗이 포기했습니다.
    어릴 적에는 친척 집에서 전축으로 음악을 듣곤 했습니다. 팝송이나 경음악이 좋아 자주 접하다 보니 클래식 음악으로 관심이 옮겨졌습니다. 대학교 학비를 버느라 동분서주했던 그 어려운 시절에 베토벤, 라흐마니노프, 차이코프스키의 음률이 나를 달래고 격려해 주었습니다.
    중학교에 다니던 때 경주에서 포항으로 가는 열차에 올랐다가 김찬삼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교수님은 학생들과 울릉도 여행을 가는 길이었습니다. 이후 지리와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나름대로 세계의 여러 나라를 돌아보았습니다. 넓은 세상을 구경하고 인간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주님이 주신 귀한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20대 중반, 가톨릭 학생회 생활을 한 것이 밑거름이 되어 30대 초반에 결혼하며 세례를 받았습니다. 신앙인이라기보다 종교인으로 지내다가 나이 70을 넘어선 지금에야 겨우 신앙인으로 눈을 떴습니다. 가진 것 없고 내세울 것 없는 내가 의사로서 지금까지 살아온 것은 온전히 주님의 은총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의사가 되지 않고 문학가의 길을 갔더라면, 법대에 들어가서 고시 공부를 했더라면, 평소 관심이 많았던 농대에 갔더라면, 방랑을 즐기고 저돌적인 기질을 살려 여행가로 나섰다면, 기타를 치며 놀던 모습 그대로 음악가가 되었다면 지금쯤 어디에서 어떤 사고를 하며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자못 궁금합니다.
    대학 시절에도 군 생활을 할 때도 글을 썼으나 아쉽게도 찾을 수 없게 되어 2000년대 초반의 글이 대다수입니다. 진료실에서, 길을 오가는 중에, 여행 중에, 일상 속에서 문득 고요해질 때면 느낀 것들을 적어 내려갔습니다.
    주님은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말씀하셨는데 그에 따르지 못하고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 부끄럽습니다. 둘째 딸이 평소 틈틈이 적었던 글들을 책으로 만들자며 밀어붙인 덕에 그동안의 기록을 세상에 내보냅니다. 무엇 하나 똑 부러지게 이루지 못한 자신을 돌이켜 보는 계기로 삼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음으로 양으로 나에게 힘이 되어 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다 갚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빚을 졌습니다.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중에 늘 사랑의 손길을 되새깁니다.
    늘 나와 함께해 준 아내 표남성, 그리고 용남, 여경, 보경, 은제 등 아이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끝으로 이 책이 나오기까지 애써 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깊이 감사드립니다. 

  • 머리말 05

    아버지의 책을 출간하며 08

     

    첫째 길목 - 의사의 길 13

    넘치는 사랑을 받아 갚을 길 없네 / 눈물로 씨 뿌리는 자 기쁨으로 거두리라 / 병원 이전 / 김기주 이비인후과 소사(小史) / 환자 천태만상 / 개업 25주년 / 삶이 데려다준 길 위에서

     

    둘째 길목 - 일상의 길 33
    세 명의 친구 / 풍경 / 청음(淸音) / 안 죽고 살아 있네 / 까불지 마 / 낙엽 따라 가 버린 사람 / 삶과 죽음 사이 / 두 편지 / 내려간다는 것 / 와인 즐기기 / 보이스 피싱 / 해방 / 어느 하루 / 깨달음

     

    셋째 길목 - 인연의 길 71
    호스트에게 드리는 글 / 그립고 보고 싶은 은제에게 / 어버이의 길 / 애비의 자괴감 / 손녀의 생일 / 떠오르는 이들 / 이런 삶, 저런 삶 / 친구의 죽음 / 어리석은 희망의 끝 / 먼 이별 / 인연의 끈 / 본받기 어려운 어떤 삶 / 아침 산행

     

    넷째 길목 - 지나온 길 107
    도라지 / 살구나무와 외갓집 / 외가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여름 / 스승 / 등록금 / 시험 / 좌충우돌 청춘

     

    다섯째 길목 - 여행의 길 133
    조령산 / 배론 성지 / 가을, 방동계곡 / 대자연을 누리는 섬, 방아섬 / 일월산 전원주택 방문기 / 만추의 영남 알프스 / 비슬산 / 울릉도 / 러시아 / 체스키 크룸로프 /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 바르셀로나 / 파리 / 스위스 융프라우 / 베네치아 / 하와이 / 뉴욕 / 몬트리올, 퀘벡 시티, 그리고 토론토 / 캐나다 로키 산맥 / 홋카이도 / 상해, 소주, 그리고 항주 / 동남아 그리고 호주

     

    여섯째 길목 - 세속의 길 205
    우리가 잊고 사는 것들 / 똘레랑스 / 아 그리고 아아아아아들 / 실력 / 돈

     

    일곱째 길목 - 믿음의 길 221
    행동하는 참 신앙 / 이신론(理神論) / 작은 봉사 큰 기쁨 그리고 라자로회 / 법정스님을 생각하며 / 아침 묵상 / 이태석 요한 신부님 / 자비를 구하며 / 전교 주일 참석기(왜관 수도원에서) /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는 마음 / 최분이 소피아 수녀님 / 성탄 구유를 치우며 / 성가대 소리 들려오는 거룩한 밤

     

    여덟째 길목 - 예술의 길 263
    클래식 산책 / 늦가을에는 브람스를 듣자 /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 신년음악회 / 영화 <레 미제라블>

     

    맺음말 277 

  • 김기주

     

    1948년 겨울, 경주에서 태어나 포항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했다. 대구로 건너와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한 뒤 의사가 되어 강원도 화천과 현리에서 군의관으로 복무하였다.
    대구와 부산에서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창원 삼성병원과 파티마병원에서 이비인후과장으로 근무하였다. 구미를 거쳐 현재는 대구에서 33년째 개원의로 지내고 있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들으며 세상 곳곳을 여행하기를 갈망한다. 늘 기뻐하고 감사하여 기도하는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가톨릭 신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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